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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회 말, 김 대리의 미끄러진 승리
사회인 야구 데뷔 3개월 차인 김철수 대리. 장비병이 도져 최고급 양가죽 배팅장갑을 큰맘 먹고 장만했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방망이를 잡았을 때 느껴지는 쫀득함에 감탄하며 그는 생각했다.
'이 좋은 걸 타석에서만 쓰기 아깝잖아? 수비할 때도 끼면 손도 안 아프고 좋겠지?'
9회 말 2아웃, 팀은 1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김 대리의 포지션은 유격수. 그때, 상대 타자가 친 강한 타구가 김 대리 정면으로 날아왔다.
"좋아, 잡았다!"
글러브를 뻗어 공을 포구하는 순간이었다. 평소보다 두꺼운 배팅장갑 탓에 글러브 안에서 손이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공이 글러브 웹에 들어온 감각이 둔하게 느껴진 찰나, 공을 빼서 1루로 송구하려는데 가죽끼리 미끄덩하며 공을 한 번 더듬고 말았다.
"세이프!"
1루심의 판정 소리와 함께 김 대리는 고개를 떨궜다. 벤치로 돌아온 그에게 팀의 최고참 박 부장님이 다가와 글러브를 툭 치며 말했다.
"김 대리, 글러브 안에 그거 배팅장갑이지? 수비할 땐 수비장갑을 껴야지. 감각이 둔해져서 못 써."
그날 회식 자리에서 김 대리는 깨달았다. 야구는 장비빨이라지만, 용도에 맞는 장비를 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이라는 것을.
⚾ 결론: '잡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입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명확하게 말씀드립니다. 두 장갑은 목적 자체가 정반대입니다.
배팅장갑 (Batting Gloves): 방망이를 놓치지 않기 위한 '마찰력(Grip)'과 타격 시 손 울림을 막아주는 '보호(Protection)'가 핵심입니다. 두껍고 끈적합니다.
수비장갑 (Fielding/Inner Gloves): 글러브 안에서 손과 글러브를 일체화시키는 '밀착감(Fit)'과 '땀 흡수(Sweat Wicking)'가 핵심입니다. 얇고 부드럽습니다.
핵심 조언: 배팅장갑을 끼고 수비하면 글러브 내부 가죽이 손상되고 감각이 둔해지며, 수비장갑을 끼고 타격하면 미끄러워서 방망이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절대 혼용하지 마세요.
🧤 1. 배팅장갑: 타석의 지배자, 마찰력의 과학
배팅장갑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착용하는 장갑으로, 맨손으로 방망이를 잡았을 때 발생하는 미끄러짐과 물집, 그리고 타격 시 오는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 양가죽(Sheepskin) vs 합성피혁
양가죽 (천연가죽): 프로 선수들이나 상급자들이 선호합니다. 피부처럼 얇고 그립력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배트 그립에 짝 달라붙는 맛이 일품입니다. 하지만 땀과 물에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져 금방 구멍이 납니다. 비 오는 날 쓰면 미끌거립니다.
합성피혁: 내구성이 좋고 세탁이 가능하며 가격이 저렴합니다. 연습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최근에는 기술이 좋아져 양가죽 못지않은 그립력을 보여주는 제품도 많습니다.
✅ 주요 특징 (경험담)
제가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맨손으로 스윙 연습을 200번 했다가 손바닥 껍질이 다 벗겨진 적이 있습니다. 배팅장갑은 이 '물집'을 막아주는 1차 방어선입니다. 또한, 잘못 맞았을 때 손이 징~ 하고 울리는 그 고통을 배팅장갑의 도톰한 패드가 어느 정도 상쇄해 줍니다. 특히 엄지 안쪽 덧댐 처리는 필수입니다.
✋ 2. 수비장갑(이너장갑): 글러브 속의 숨은 조력자
많은 초보자가 "글러브 끼는데 굳이 안에 또 장갑을 껴야 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비장갑(Inner Glove)은 야구 글러브의 수명을 늘리고 수비 성공률을 높이는 필수 아이템입니다.
✅ 왜 수비장갑을 껴야 할까?
글러브 보호 (가장 중요): 야구는 땀이 많이 나는 스포츠입니다. 맨손으로 글러브를 계속 끼면 손의 땀과 염분이 글러브 내부 가죽(내피)으로 스며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글러브 안쪽이 썩어서 갈라지고 악취가 납니다. 수비장갑은 이 땀을 1차로 흡수해 글러브를 보호합니다.
충격 완화: 강습 타구나 포수 미트로 들어오는 빠른 공을 받을 때, 맨손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합니다. 수비장갑의 검지, 중지 패드는 이 충격을 줄여줍니다. (검지 보호 패드가 달린 제품이 많습니다.)
일체감 향상: 글러브가 손보다 조금 클 때, 수비장갑을 끼면 빈 공간을 메워주어 손과 글러브가 하나 된 듯한 컨트롤이 가능해집니다.
✅ 주요 특징 (경험담)
한여름 땡볕에서 야구를 하고 나면 글러브 안이 땀으로 흥건합니다. 수비장갑을 안 끼고 했던 시절, 제 30만 원짜리 글러브 내피가 딱딱하게 굳어 찢어졌을 때의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수비장갑은 얇고 신축성이 좋은 합성 소재나 얇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 맨손 감각을 최대한 유지해 줍니다.
⚔️ 3. 비교 분석: 왜 섞어 쓰면 안 되는가?
가독성을 위해 두 장갑의 차이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 특징 | 배팅장갑 (Batting Gloves) | 수비장갑 (Inner Gloves) |
| 주목적 | 타격 시 그립력 강화, 손 보호 | 땀 흡수, 글러브 내피 보호, 충격 완화 |
| 재질 | 양가죽(천연), 합성피혁 (표면 마찰력 높음) | 얇은 합성섬유, 메쉬, 얇은 가죽 |
| 두께 | 상대적으로 두껍고 쿠션감 있음 | 매우 얇음 (맨손 감각 유지) |
| 표면 | 끈적하거나 엠보싱 처리 (미끄럼 방지) | 매끄럽거나 부드러움 |
| 착용 위치 | 양손 착용이 기본 (한 손만 끼기도 함) | 주로 글러브를 끼는 손 (한 손) |
| 수비 시 사용 | 비추천 (두꺼워서 감각 둔화, 글러브 내피 손상) | 필수 (땀 흡수 및 충격 보호) |
| 타격 시 사용 | 필수 | 불가 (미끄러워서 배트 놓침) |
💡 4. 실전 팁: 장갑 200% 활용하기
🧼 관리의 중요성
배팅장갑: 양가죽은 절대 물빨래 금지입니다. 사용 후 그늘에 말려야 하며, 땀에 젖은 채로 가방에 처박아두면 다음 주에 쭈글쭈글한 오징어가 된 장갑을 보게 됩니다. 가죽 보호제를 살짝 발라주면 수명이 늘어납니다.
수비장갑: 대부분 합성 소재이므로 중성세제로 조물조물 손빨래가 가능합니다. 냄새가 나기 쉬우니 자주 세탁하세요.
🛍️ 구매 가이드
배팅장갑: '딱 맞게' 사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크면 스윙할 때 장갑 안에서 손이 놉니다. 처음엔 "너무 꽉 끼는데?" 싶을 정도가 좋습니다. 쓰다 보면 늘어납니다.
수비장갑: 손가락 길이가 중요합니다. 손가락 끝이 남으면 공을 잡는 감각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검지 부분에 충격 흡수 패드가 있는 제품을 추천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주루 장갑(슬라이딩 장갑)은 또 뭔가요?
🏃♂️ 주루 장갑은 안타를 치고 나갔을 때 끼는 장갑입니다. 슬라이딩할 때 손바닥과 손가락이 땅에 쓸려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우 두껍고 튼튼하게 제작됩니다. 요즘은 '벙어리장갑' 형태의 주루 장갑을 많이 씁니다. 손가락 골절(부상) 방지에 탁월합니다. 배팅장갑을 끼고 슬라이딩하면 비싼 장갑 다 찢어지니, 출루하면 주루 장갑으로 갈아끼세요.
Q2. 수비장갑 대신 목장갑 껴도 되나요?
🧤 급하면 껴도 되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목장갑은 너무 두껍고 실밥이 글러브 내부 가죽과 마찰을 일으켜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이 안 납니다. 야구는 '간지'가 생명 아니겠습니까? 저렴한 수비장갑은 1~2만 원이면 사니까 하나 장만하세요.
Q3. 포수인데 수비장갑 꼭 껴야 하나요?
⚾ 무조건입니다. 포수는 투수의 공을 수백 개 받아야 합니다. 일반 수비장갑보다 더 두꺼운 '포수 전용 이너장갑'이나 충격 흡수 패드를 덧대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러면 다음 날 젓가락질도 못 할 정도로 손이 퉁퉁 붓습니다.
Q4. 배팅장갑 한쪽만 끼는 건 왜 그런가요?
🤚 개인 취향입니다. 보통 힘을 많이 쓰는 아래쪽 손(우타자 기준 왼손)이나, 컨트롤하는 위쪽 손(우타자 기준 오른손) 중 예민하게 느끼고 싶은 쪽을 벗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상 방지와 땀 때문에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손 착용을 권장합니다.
📝 마치며
야구 장비 가방을 열었을 때, 땀 냄새나는 쭈글쭈글한 장갑 대신 용도별로 잘 정리된 장갑들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준비된 플레이어입니다.
배팅장갑으로는 호쾌한 홈런을, 수비장갑으로는 철벽 수비를 보여주세요. 장비의 차이를 아는 것이 부상을 방지하고 야구를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이번 주말 경기, 당신의 손끝에서 승리가 시작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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